사유문자| 45.5X53cm /한지+채색+석채/ 2003

이 작품은 개인전 출품작 중의 하나로 [서호미술관 2003. 9. 20~10.14] 출품작입니다.

동양적 사유세계를 [돌에 대한 사유]에서 [사유문자]라는 새로운 언어적 도상으로 전이되는 과정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이 작품 역시 문자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하여 일반적인 문자에 대한 생각을 환기시키고 좀더 심상적 세계에로 가까이 가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思惟文字는 제가 지금까지 줄곳 사색의 염소, 영서(靈書), 돌 등을 통한 사유의 자세를 취한 것과 같은 맥락의 작품으로 조형화한 문자추상이라고 하겠습니다.

자동필기되는 이 무위성을 지닌 사유문자는 어떤 특정한 문자라고 규정짓기보다는, 보다 광의의 해법으로 풀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익명성 雜文들은 이를테면 사라진 제국의 실종된 문자, 실종되어 잊혀진 언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재지변에 의해 사라진 어떤 제국의 언어, 그 실종된 문자를 보는 듯합니다. 화려했던 한 문명이 송두리째 땅 속에 묻혀 역사밖으로 밀려난 어떤 시대의 언어를,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역사를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사유문자는 사유에 의해 유추된 문자로서 내면적인 무의식의 세계를 보여주는, 해독할 수 없는 문자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신화적 언어로 남을, 잊혀진 언어를 찾아가기 위한, 사라진 세계로의 여행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무의식적 사유기행을 통해 전생의 역사를 사유적 언어로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창조해 낼 수 있는 미적 본질에 대한 추구, 그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곧 꿈을 꾸는 것과 같은 것으로, 그림은 어차피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명증할 수 있는 수학적 해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해답을 찾지도 않는, 단지 감성적인 행위로 묘출된 결과물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일련의 [사유문자]작업들도 어떤 미지의 사유세계로 가고자 하는 열망에서 표출되는 불명확한 미적 행위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