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맞는 묵가와 신조형체전에 부쳐

 

90년대부터 우리미술계에 가속화되고 있는 탈장르화 현상은 여러 시각에서 진단과 검증이 잇달았습니다. 특히 입체와 평면, 설치 개념도 그렇지만 한국화, 서양화간의 통합개념은 더욱더 가속화 되고 있음을 실감케 합니다. 한국화의 탈장르화 현상, 이는 물론 다원적 매체, 즉 오브제나 입체, 복합재료의 동시수용 등 그 사상적 체계와 형식 모든 측면에서 야기되고 있는 현상으로서 장기적으로는 한국화라는 장르가 회화적 차원으로 통합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오늘날 전통산수의 급격한 퇴조라든가 전통적 개념의 채색과 수묵의 퇴조현상은 그 대신 아크릴이나 유채 혼합염료 등을 이용한 이른바 '색채의 시대'라고 불리 울 만큼 재료적 일탈과 확대로 번져가고 있습니다.더구나 최근들어 한국화의 급격한 침체로 신진작가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자연히 전시회의 횟수도 위축되면서 더불어 미술시장까지도 매력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존폐의 위기까지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는 한국화의 위상을 위해 이제 우리는 무엇인가 혁신적인 의식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동서개념이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사상체계나 미학, 철학적 범주의 출발에 있어서는 기초학문의 입장에서 철저한 검증과 개념상의 정립이 폭넓게 제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요즘 한국화영역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전통성의 추구와 새로운 방법의 확대입니다. 전통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작업과, 전통과 관계없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작업이 병행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매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그것의 방법적인 모색 즉, 다양한 매재실험을 통한 내부적 혁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과거에도 꾸준히 이질적인 매재의 적극적인 원용과 방법적 신장은 보아왔으나 근래에 오면서 그 도는 더욱 깊어진 인상입니다. 장르의 파괴란 말이 상식처럼 회자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래도 한국화가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서양화에서 느낄 수 없는 감각과 미학적 체계 정립이 아닌가 합니다.
'묵가와 신조형체'회는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동문들의 단체로서 지난 `88'신세대 묵채전'이라는 타이틀로 대전MBC문화공간에서 첫 번째 전시회를 갖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들은 전통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작업과,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다양한 매재실험을 통한 체험적 진단과 표현의 확대로 독자적인 자기세계를 구축하는데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천년이 이들 앞에서 새로운 한국화의 대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작은 노력과 활동을 지켜 봐 주십시오. 200044일 충남대학교 회화과 교수 윤여환

 

2000년 4월 4일~4월 10일(한림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