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말할 수 없이 편한 휴대폰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휴대전화의 금속성 벨소리가 주위사람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한다. 걸어다니면서도, 운전하면서도, 조용히 사색하는 열차나 고속버스안에서도 예고없이 울려댄다.

특히 승용차를 타고 가면서 휴대폰을 걸거나 받는 일이 많아졌다. 차가 도로를 주행하는데에는 리듬을 타야 하는데 어찌하다 앞차의 속도가 이상해서 보면 초보운전자가 아닌 휴대폰운전자임을 발견하게 된다. 대화에 신경을 쓰다보면 아무래도 운전이 잘 될 리가 만무일 것이다. 더구나 무겁고 복잡한 내용의 대화가 오고 갈때는 더더욱 사고의 위험이 클것이다.

얼마전 대전에서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그 버스는 운행속도가 110km 이상이었다. 아침 일찍 탄 버스라 승객도 몇 명 안되고, 노선도 여유가 있어 기분 좋은 운행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운전기사의 휴대전화기에서 신경을 자극하는 전자신호음이 울리지 않는가. 조용히 사색에 잠겨있는데 승객을 안전하게 모실 운전기사가 휴대폰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돌발적인 상황에서의 방어운전에 막대한 지장을 줄 것은 뻔한 일이다. 참 좋은 세상이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으나 두 번씩이나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 운전하고 있는 기사의 태도를 보고 친절한 안내양이 있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전화 내용도 내가 듣기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통상적인 내용 같았다.

요즈음 휴대전화기 보급률이 급증하면서 여러 가지 불편사례가 많아져 휴대전화에 대한 법을 제정할 때가 온 것 같다.

큰 병원이나 법원, 도서관, 강의실 등 공공건물내에서는 사용금지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어떤 주는 운전중 전화통화는 음주운전에 해당되는 법규를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대중교통수단을 운전하는 운전기사가 운전중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은 시정되어야 할 공중도덕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대열에 들어선 문화국민이다. 휴대폰문화, 그것은 곧 우리의 삶을 활기있고 액티브하게 그리고 빠르고 순발력있게 해주는 촉매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렇게 편리한 휴대폰도 아름답고 수준높은 문화로 가꾸어 나가야 하겠다. 서로가 에티켓을 지키며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지금은 문화의 시대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문화라는 단어가 앞뒤에 걸쳐 있을 정도이다. 청년. 청소년이란 단어 뒤에도 문화가 붙어있고 어느새 교통문화라는 말에도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우리에겐 그 문화란 단어가 아직도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기만 하다.

진정한 의미의 선진화를 상징한다는 문화의식, 이 문화의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부족한 현상을 놓고 많은 사람들은 6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판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하지만 그것은 곧 뿌리깊은 개인주의와 잘못된 관행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거꾸로만 가는 우리 정치가 문화적 낙후의 상징이거나 문화의 대표주자쯤 되는 것만 같아 더욱 안타깝지만 우리들 스스로도 공중도덕 불감증과 양심 불감증 그리고 생활속에서 죄의식을 모르고 살아가는 자가 누구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가 된 것 같다.


[윤여환, 충남대 교수, 본사칼럼위원 http://hanbat.chungnam.ac.kr/~yhy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