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전통의 단절" 시대였던 20세기 초반의 미술은 피카소 등의 '입체주의' 출현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정립된 원근법의 해체는 물론 산업사회의 대량생산물을 화면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현대성의 구현에 이바지했고, 칸딘스키 등은 '추상'이 20세기를 지배할 대표적인 경향이 될 것임을 예고하였다. 이러한 혁신적인 서구 문화의 구조는 세계대전을 두 번씩이나 치루게 했고 우리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오늘의 한국미술은 끊임없는 한국성과 민족성 회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구미학에 편승해 왔다. 특히 1990년대 초기에 이뤄진 포스트모더니즘은 마치 용광로와 같은 잡식성향을 보이면서 미술과 환경, 미술과 계급, 미술과 여성, 미술과 정치를 아우르는 미학예술론으로 그 내포와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더욱이 우리문화를 압박하는 것은 다가올 21세기에 많은 것들이 불분명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서구 미학예술론과 서구 미술사학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겹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세계체제 아래 제3의 길을 모색하는 서구 지식인들의 미학예술론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면 21세기 미술이론 또한 그같은 구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서구는 자신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이론과 방법을 생산, 적용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21세기를 전망해 본다면 결국 서구미학은 바닥이 드러나고 신비주의적이고 자연순응적인 동양미학이 사이버공간과 함께 세계문화를 이끌어 갈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자연}이란 문자그대로 해석하면 '스스로 그러하다.'라는 말이다. 더 깊이있게 해석하면 '造化되는 힘'이다. 결국 神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서양에서는 '성서'에 하느님을 '야훼'라고 부르고 있다. 야훼는 '나는 곧 나다.'라는 뜻이다. 그말은 동양의 '자연'과 상통하는 말이다. 동양의 그림은 물(氣)이요, 서양의 그림은 기름(光)이다. 물은 빨아들이고 퍼지는 삼투현상, 흡수, 순응, 동화로 표현할 수 있지만 기름은 반응, 저항, 대치, 대결의 성질이 있다. 결국 세계는 모든이들의 공유공간인 사이버세계와 함께 차별화에서 동화, 즉 자연에 순응하면서 조화되는 밀레니엄 자연관이 태동할 것으로 본다. 그것이 인류를 가장 편안하게 하고 하나로 묶는 힘이 될 것이다. 21세기는 자연에 순응하는 동양의 우주관이 상위가치가 될 것이고 그에 따른 세계질서의 재배치와 경쟁력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사이버시대에 살고 있다.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의 이중적 공간구조 속에 살고 있다. 인터넷은 세계를 같은 시간속에 끌어들여 대화하고 호흡하는 세계인 것이다. 디지털이 온 인류의 생각과 생활을 바꾸고 있다. 인터넷에서 은행도 가고 쇼핑도 보고 작품도 쉽게 감상한다. 인터넷에서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인터넷 사이버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어 전세계 어디서나 컴퓨터가 있는 곳에서는 바로 작품을 감상하고 소감을 주고 받을 수 있다. 21세기는 적응과 저항이라는 문화적 충돌이 적어지고 동양의 우주관, 자연의 질서에 따라 삶을 영위하는 시대가 새로운 디지털문화와 함께 올 것이다. 사이버 공간은 인류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묶는 공유공간이요, 국경도 없고 인종차별도 없고 빈부의 차이도 필요없는 세계가 오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문화천국 시대가 우리 앞에 오고 있는 것이다.


[윤여환, 충남대 교수, 본사칼럼위원 http://hanbat.chungnam.ac.kr/~yhy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