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신문

- 1993년 8월 20일(금)자

칼 럼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 세상의 귀한 것 중에서 사람의 생명처럼 소중한 것은 없다. 천상천하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 일한 존재가 나의 생명이요 너의 생명이요 우리의 생명이다. 이 귀중한 생명을 우리는 어떻게 살 아가고 있고 또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얼마전 이러한 생명의 소중함을 실감케하는 두가지 사건 이 모 일간지에 보도되었다. 하나는 수녀들이 연쇄적으로 살신성인의 용기를 보여준 사건이요, 또 하나는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한 청년이 무서운 생의 집착으로 죽음을 극복한 경우이다.

강원도 삼척의 어느 해변에서 카리타스 수녀원 소속 예비수녀 96명의 하계 수련회가 있었다. 그 중 한 수녀가 해변을 산책 하던중 바위 위에서 실족하여 파도에 휩쓸려 허우적 거리자 동료 수녀 12명이 옷을 입은 채 서로 손을 맞잡아 인간 사슬을 만들어 물속으로 들어가 구조하려 하였으나 강한 파도의 힘에 밀려 사슬은 풀리고 그 사슬을 도체로 하여 흐르던 진한 사랑의 생명들은 어이 없이 유실되고 말았다. 사고 직후 군 장병들의 손에 6명은 구조되고 나머지 7명은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아직 때묻지 않은 순결하고 고귀한 그 흰꽃이 지닌 뜻과 정서는 우리에게 순도높은 감동 과 여운을 주고 있다.

또 하나의 사건은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 사는 어느 청년이 산에서 벌채를 하던 중 큰 나무에 다 리가 깔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나무에 깔려 꼼짝 못하게 되자 수시간 동안 고함을 지르며 구조를 요청하였으나 결국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는 과다출혈로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 무릎 밑 의 다리를 자르고 그곳에서 60 m 가량 떨어져 있던 트렉터까지 기어가 트렉터를 몰고 자신의 픽 업 트럭으로 간 뒤 다시 트럭을 타고 3km 가량을 운전 한 농가에 도착 한 뒤 구조를 요청한 것 이다. 두 가지 사건이 모두 생명의 귀중함을 일깨워주는 사건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수녀의 죽음 은 이타적 삶의 의미가 표출된 것이다.

또 다른 삶의 의지

이나라에 문민정권이 들어서면서 개혁의 바람이 사회 곳곳에 불고 있다. 그 중에서 율곡 사업 비리의 사슬로 묶여 찬란했던 별들이 한꺼번에 빛을 잃고 떨어지는 것을 보면거 분노와 함께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현대 정치사는 국력이 약한 탓으로 제자리를 지키지 못한 별들의 찬탈과 암투로 점철된 역사이기에 지금 순수 문민정부가 오랫동안 썩고 썩은 부분들 을 도려내고 잘못된 곳을 제 위치에 바로 놓고 있는 새한국 창조의 대장정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날 구국의 결단으로 자리를 이탈하여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바꿔 놓는데 이바지한 사람들이 지금은 도처에서 잘못된 삶의 의지로 도출되어 어제의 영욕과 권력의 흐름이 뒤바뀌고 있다. 요즘 문민 대통령의 국민적인 공감대가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것은 아마도 여러방면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순리와 정의를 바탕으로 하여 남의 생명을 사랑하고 존 중하는 태도, 힘없고 약한 자에게도 생명의 소중함을 인정해주는 의지의 표현이 국민적 신망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남의 생명을 사랑하는 동시에 남의 생명도 사랑하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나라고 하는 생명, 너라고 하는 생명, 우리라고 하는 생명, 그 생명이 지위가 높건 낮건, 재산이 많건 적 건, 지식이 풍부하건 빈약하건, 권력이 있건 없건, 모든 인간이 신의 특별한 사랑의 선물이요 하 늘이 주신 감사의 존재라고 생각할 때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가 온 것이다.


[尹汝煥 | 충남대 교수 .본사칼럼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