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문자(思維文字)

  

나의 사유에 대한 생각은 이제 [사유문자]라는 새로운 언어적 도상으로 전이되고 있다.


이러한
동양적 사유에의 집착은 어떤 익명성 실종언어를 상징적 문자로 형상화하여 일반적인 문자에 대한 생각을 환기시키고 심상적 세계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 보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이 思惟文字는 내가 지금까지 줄곳 사색의 염소, 영서(靈書), 돌 등을 통한 사유의 자세를 취한 것과 같은 맥락의 작품으로서 염소와 함께 조형화한 문자추상이라고 하겠다.

자동필기되는 이 무위성을 지닌 사유문자는 어떤 특정한 문자라고 규정짓기보다는, 보다 광의의 해법으로 풀어가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익명성 雜文들은 이를테면 사라진 제국의 실종된 문자, 실종되어 잊혀진 언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천재지변에 의해 사라진 어떤 제국의 언어, 그 실종된 문자를 보는 듯하다. 화려했던 한 문명이 송두리째 땅 속에 묻혀 역사밖으로 밀려난 어떤 시대의 언어를,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역사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 사유문자는 사유에 의해 유추된 문자로서 내면적인 무의식의 세계를 보여주는, 해독할 수 없는 문자이기도 하다. 그것은 신화적 언어로 남을, 잊혀진 언어를 찾아가기 위한, 사라진 세계로의 여행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련의 무의식적 사유기행을 통해 전생의 역사를 사유적 언어로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창조해 낼 수 있는 미적 본질에 대한 추구, 그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림을 그리는 것은 곧 꿈을 꾸는 것과 같은 것으로, 그림은 어차피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명증할 수 있는 수학적 해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해답을 찾지도 않는, 단지 감성적인 행위로 묘출된 결과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일련의 [사유문자]작업들도 어떤 미지의 사유세계로 가고자 하는 열망에서 표출되는 불명확한 미적 행위라고 하겠다.
 

2003년 3월 20일에 素石軒에서 윤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