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夢遊)로 귀착되는 사유와 관념의 세계-


   글|김상철 (월간 미술세계 편집주간)

작가로서의 윤여환을 뚜렷이 각인시키는 것은 단연 염소로 상징되는 동물화일 것이다. 이는 그의 작업이 동물화를 시발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표출되어진 다양한 조형 세계가 그만큼 독특하고 인상적인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의 작업이 단순히 동물화의 영역에 머물거나, 이를 통한 기능적 특장의 발휘에 그쳤다면 그 의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작가는 염소로 상징되는 조형세계의 끊임없는 변주를 통하여 삶의 체험과 그가 속한 시대적 가치를 반영하면서 그의 작품 세계를 변화시켜 왔다. 그것은 정치한 필치로 끊임없이 형상을 다듬고 생태를 반영하는 동물화에서 출발하여 단순한 대상으로서가 아닌 특정한 정신과 정서, 그리고 사유를 반영해내는 또 다른 상징물로 환치시키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걸쳐 일관되게 작용하고 있는 조형적 매개, 또는 상징으로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염소이다. 이 염소는 이미 육화(肉化)된 대상으로 작가와 동일시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축되어진 염소의 상징성이 바로 작가의 작업을 규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에서>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그의 작업 역정은 <묵시찬가>와 <사색의 여행>, <사유문자>, <사유하는 몸짓>, <사유하는 갈대>, <사유몽유>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객관에서 주관으로, 사실에서 관념으로, 물질에서 정신으로라고 개괄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그의 동물화 작업들이 일정한 정서와 서정에 바탕을 둔 소재주의적 경향에서 출발하였지만, 이에 점차 개인의 경험과 사유가 더해지는 과정을 통하여 또 다른 조형적 상징으로 그 가치와 위상이 전이된 것이다. 이는 육안(肉眼)에 의한 관찰과 표현에서 심안(心眼)에 의한 관조와 사유로의 변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묵시찬가>로 대표되는 그의 영적 체험은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일종의 관건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마치 자동기술과 같은 무작위의 문자 형상들은 그가 추구하고 지향하였던 동물화의 영역과는 전혀 다른 조형적 방법일 뿐 아니라, 그것의 바탕이 전적으로 작가 자신의 영적인 체험에 의한 개별적 경험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간 작가의 관심과 지향이 일종의 선험적이고 경험적인 것을 바탕으로 한 기술적이고 기능적인 것이 두드러진 것이었다 한다면, 이는 일종의 초월적이며 신비적인 조형 체험인 것이다. 이러한 주관적 경험을 구체화, 객관화 시키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조형적 충돌과 모순을 야기 시키게 마련이다. 즉 객관과 주관, 작위와 무작위의 충돌은 결국 조형의 방임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염소는 이러한 가치 혼란과 조형적 모순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이자 대안으로 새삼 제시된 것이다.

이후의 작업 역정은 작가 스스로 토로하고 있듯이 “버려둔 염소를 다시 찾는, 즉 본연의 자아를 다시 찾는 작업”으로 귀착되어 전개되게 된다. 사색이나, 사유를 전제로 한 여행이나 문자, 몸짓, 갈대으로 표현되는 그의 작업 역정은 바로 “본연의 자아”를 찾기 위한 구체적이고 진지한 모색과 추구의 과정을 기록함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에 이르면 화면 속의 염소는 더 이상 동물로서의 표현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작가의 사유와 사색까지도 포괄하는 의미 있는 상징체인 셈이다. 작가가 바로 염소이며, 염소가 곧 작가라는 이러한 호접몽(胡蝶夢)식의 물화(物化)는 삶에 대한 진지한 사유와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전제로 한 것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표현의 대상이 되는 사물이나 현상이 지니고 있는 조건이나 상황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고 일체의 이해득실이나 세속적인 고려를 떠나 조용하고 침착하게 사물이나 현상을 관조함으로써 얻어지게 되는 지혜이다. 끊임없이 유전(流轉)하는 만물 속에서 현실을 긍정하고 그 속에서 자유로이 소요하는 깨달음의 도리는 결국 <사유몽유>로 귀결된다 할 것이다. 객관에서 주관으로, 사실에서 관념으로, 물질에서 정신으로의 일련의 과정을 거쳐 작가가 귀착한 곳은 몽유(夢遊)로 상징되는 절대 관념의 세계인 것이다. 학습에 의한 지식이나 상식과 선험적인 경험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절대 공간을 소요하고자 하는 그의 작업은 객관이라는 거추장스러운 겉옷을 벗어 버렸기에 더욱 자유로운 것이며, 그것이 사유와 사색을 동반한 지혜의 장으로 듦으로 하여 무한히 확대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가는 비로소 깊은 잠에 빠져 들었으며, 바야흐로 그가 추구하고 지향하던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절대 자유와 관념과 사유의 세계를 소요하고자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The World of Speculation and Idea Symbolized as Somnambulation

Writing|Kim, Sang-Cheol(Art World, Executive Editor)

 That Yun, Yeo-Whan as an artist is clearly imprinted on our memories would be definitely the animal painting symbolized as a goat. The reason would be due to the fact that his work starts with animal paintings, and further that the various plastic world expressed through it is that much unique and impressive. But, if his work reflects a mere animal painting area or a skillful strong point through it, the meaning will be reduced by half. In conclusion, through the constant variation of the plastic world symbolized as a goat, his work world has been changed reflecting his life experience and the current of the times-spirit. It may be said that it is a process which another symbol is displaced, that is, specific spirit and emotion and speculation are reflected, starting from the animal painting that constantly makes figures and reflects ecology with exquisite touch. It is the very goat that is consistently operating throughout this series of process as a plastic means or that appears as a symbol. As an incarnated subject, he identifies this goat with the artist himself. And, the symbolism of goat constructed through such a process, is operating as an important element that defines the artist's work.

 His work process started with <From Animals> is continuously connected with <A Paean to Revelation>, <Journey into Speculative Thought>, <Speculative Letters (Abstract Letter)>, <Speculative Reeds >, <Speculative Gesture>, and <Speculative Somnambulation>. In general, these series of processes may be considered as the followings: from objectivity·reality·

material to subjectivity·idea·spirit, respectively. In other words, his works of animal began from the subject matter-centered tendency on the basis of a certain emotion and lyricism, but through a process to which the individual experience and speculation is gradually added, its value and position is transferred as another plastic symbol. It may be said to be both the contemplation by spiritual eyes and the conversion into speculation, from the observation and expression by the naked eye.

 His spiritual experience represented as <A Paean to Revelation>, may have a sort of core meaning in this change process. The random letter shapes like an automatic technique were completely different plastic method from the area of the animal painting he pursued and aimed at, and its ground was totally due to the individual experience by his own spiritual experience. Assuming that his previous interest and aim was the prominent stand-out technique and skill based on the sort of transcendental cognition and experiental learning, it is a sort of transcendental and mysterious plastic experience. The process which this subjective experience is  embodied and objectified, surely causes plastic collision and contradiction. That is, the collisions (such as objectivity and subjectivity, artificiality and randomization) leaded to the result, nonintervention in plasticity. The goat was newly offered as a means and alternative to solve these disorder of value and plastic contradiction.

 As this artist himself exposes his thought, the subsequent work process arrives at “the work that the lost goat or the natural self is recovered”, and then develops. His work process expressed with the journey·letters· reeds·gesture under the premise of speculative thought, is almost a record regarding the process of concrete, serious groping and pursuit in order to recover the very “natural self”. In this context, the goat in the canvas is no longer an animal subject for expression. It is a meaningful symbol to contain even his speculative thought as well as the artist himself. Such empathy towards the change of things could be understood under the premise of both serious speculation about life and deep reflection on existence. It is wisdom, which is obtained first through the securement of a certain distance from the condition or situation (which things or phenomena, that is, the subjects for expression have), and then through the contemplation of things or phenomena with quietness and composure. The reason of illumination that means both an affirmation of reality with the changing things and the freedom in it, may be concluded as <Speculative Somnambulation>. Through a series of process (such as from objectivity·reality·material to subjectivity·idea·spirit, respectively), the very place at which the artist arrives is the ideal world, symbolic of somnambulation. His work intended for the absolute space that cannot be guessed by knowledge learning or common sense, transcendental experience, is more free due to the removal of objectivity. As the result, it comes to extend infinitely into the wisdom accompanied with the speculative thought. At last, the artist reached the area safely, which may be said to be his intention towards the world of absolute freedom and speculation in terms of empathy.

 

2007 월간[美術世界]작가상수상기념초대전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