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 1992년 5월 30일(토)자

한밭춘추




인간은 보다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시대를 이끌어간다. 그러나 한사람의 독재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거나 동결시켜 멈춰 놓기도 한다.

광주의 비극이 일어났던 5.18에 태국에서 유혈사태가 터져 많은 사상자를 냈다. 마침내 벼랑끝에 선 수친다 총리가 푸미폰 국왕앞에 무릎꿇고 알현하는 모습이 전세계 브라운관에 방영되었다. 참으로 신기한 장면이었다. 무엇이 저 강한 군부를 무릎꿇게 만들었는가. 과연 국왕의 권위가 상징성 그 이상의 것인가.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하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고매한 지사요, 시대가 낳은 영웅 잠롱이 총보다 강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민의의 용기있는 대변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민심의 흐름은 새정치를 만든다. 그리고 새로운 지도자를 만든다. 며칠전 해외 토픽에 미국 국립공원 직원들이 러시모어산 국립공원의 토머스 제퍼슨 미대통령상을 수리하는 장면이 화보에 실렸다. 잘못되어가는 대통령상을 수리하는 사람처럼 잘 생기고 깨끗한 대통령을 만드는 것은 국민이다. 요즘 내일의 멋진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각 정당은 올바른 민심의 행방을 찾기에 분주하다.

내일을 이끌어 갈 우리의 대통령상은 역사와 국민을 두려워 할 줄 아는 지도자, 권위가 있으되 국민위에 군림하지 않고 정치 권력의 도덕성을 회복해가는 정직한 미주적 지도자, 국론 화합의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고 확실한 경제적 비젼을 가지고 있는 지도자일 것이다.

민심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지도자는 결국 민의의 심판을 받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비극적인 종말은 청와대의 터가 센 탓이 아니라 민심을 무시해 버린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예부터 민심은 천심이요 민의는 하느님의 소리라 하지 않았던가.

문화가 바뀌고 있다. 바야흐로 문민정치 시대가 오고 있다. 오늘의 민심은 새 대통령을 만들어 가고 있다.


[尹汝煥 | 충남대 교수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