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환전 / 8 . 27 ~ 9 . 2 / 공평아트센타

글 / 박영택 (금호미술관 수석큐레이터)


소 그림이다. 전통적인 화법, 수묵으로 이루어진 염소그림은 정교하고 동시에 담백하다.
분위기 있는, 잘 그린 염소그림이란 얘기다. 그 염소의 눈망울과 자태는 그러니까 단순히 소재적 존재이기보다는 아마도 작가 자신의 대체물로 다양한 포즈와 움직임을 보여 주려는 것 같다.
오래전부터 심심찮게 우리는 동양화의 주된 소재로 등장하는 염소그림을 접했다.
많은 공모전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당시의 그림들은 그림이 어떤 특정한 소재를 잡아 공들여 묘사하고 이것이 작가의 레벨이 되고 표식이 되는 것이었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빗으로 곱게 빗어 넘긴 것마냥 모필의 선들이 칼칼하게 연결되어 이루어진 윤여환의 염소그림은 이 작가가 즐겨 그려온 그간의 화력, 염소그림의 화력을 증거해 보인다.
수묵으로 사실적인 동물그림을 그리면서 시작된 그의 그림의 여정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새삼스레 그 염소를 이끌고 이러저러한 '세계/배경'을 유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그림은 이전의 [동물에서]와 같은 식이 아니다. 또한 [묵시찬가]에서 보여 준 것과도 다르다.
이 두개의 세계가 한데로 섞인 혹은 절충된 세계와도 같아 보인다. 그가 자신있어하는 염소그림이 화면의 중심에 자리하고 그 배경으로 온갖 다양한 효과와 마티에르, 장식들이 가득차 있다.
어떻게 보면 현재 동양화단의 온갖 실험작인 장식적인 그리기의 효과나 기법, 패턴들을 죄다 모아 본 그런 그림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현재의 모든 화풍들, 경향들이 '염소'라는 본래의 자기 그림의 상징과 함께 하는 작업인 셈이다.
전통적인 화법의 수묵으로 이루어진 동물화, 그 기량과 숙련을 한축으로 하고 그 배경에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현단계 동양화에서 볼 수 있는 효과나 화면 구성이 들어차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제목은 [사색의 여행]이다. 염소는 바로 작가 자신일 수 있다. 배경은 혼돈과 모순의 세계상인 것 같다. '염소'는 수묵의 전통화법이고 '배경/세상'은 채색, 혼합재료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개의 서로 다른 세계는 더 이상 갈등하지 않고 배척하지 않고 함께 한다. 그 함께 한 세계가 이번 그의 그림인 것 같다. 한국화 작가로서 당연히 겪게 되는 그림에의 갈등, 전통과 현대의 문제,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어 나갈지 그 기준과 모색이 풀리기 어려운 현재 동양화단의 상황에서 이 작가는 자신의 연배로서의 어려움과 그 어려움의 해결 혹은 화해의 지점을 이런 식의 그림으로 보여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색의 여행/천위에 먹과 혼합재료/가로97cm, 세로130cm/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