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터]
12월호


이 / 달 / 의 / 누 / 드

자연을 닮아가는 계절

글 / 이영재 (미술평론가)


스텔톤의 꽃들을 배경으로 한 그림 속에는 여인과 염소가 서로 다른 각도로 앉아 있다. 왼편에 등을 뒤로 하여 앉아있는 여인은 무언가 깊은 상념에 빠져 있는 듯하고, 오른편에 앉아있는 염소는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 그림에서 염소나 여인의 모습은 마치 꼴라쥬 기법처럼 종이로 오려서 붙여 놓은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이 그림에서는 사실적 표현보다는 상징 혹은 알레고리를 추구했다는 느낌이 든다.
염소는 이 작가가 지금까지 즐겨 채택하여 왔던 소재이다. 이 그림에서 염소는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기보다는 강렬한 노란색을 주조로 하여 지극히 서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림에서 여인은 이 그림을 묘한 분위기로 이끌고 있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만일 그림 속에 염소와 배경만 자리잡고 있다면 그림은 매우 평범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왼손을 바닥에 지탱한 채 돌아 앉아 있는 이 짧은 머리의 여인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특히나 짧은 머리는 여인에 대한 관심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여인은 환상과 현실의 중간지대에서 번민하고 있는 듯하기도 하고, 복잡한 인간 세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서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 보여지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들 모두는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고달픈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행복한 미래는 늘 환상이 되어 버리고 고달픈 생활 그 자체가 우리들 삶의 본질이 되어 버렸다. 그림 속의 염소는 그러한 우리들에게 무언의 메세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자연에 순응할때, 자연은 우리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고 있다고.

사색의 여행/화선지+채색/가로130cm, 세로97cm/1996


윤 여 환





                        *홍익대 미대 동양화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80년 국전을 비롯 여러번 특선에 뽑혔으며 '동물에서'

                       '묵시찬가'등 다수의 개인전 및 단체전을 열었다. 

                               현재 충남대 회화과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