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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ANIMALS

  

  

 

나는 화단 데뷰를 動物에서부터 시작한 셈이다. 물론 그 전에야 인물, 산수화에 돌(岩石)을 주제로도 해 보았지만 별로 흥미를 끌지 못했다. 

또한 신진화가들은 국전과 중앙미술대전, 동아미술제 등 주로 공모전을 통해서 화단에 등단하는 것이 가장 빨리 자신의 작품세계를 세상에 알리는 방법이기 때문에 대부분 공모전에 매달린다.  

나는 우리가 흔히 만나는 그러나 그냥 스치고 지나치는 것들, 그러나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면 정겨운 것들을 주변에서 찾아 보았다. 그것이 내 작품의 화두로 사용될 소재로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어린시절 고향을 생각하면 누구나 떠 올리는 것 중에서 상징처럼 등장하는 소재, 초점잃은 듯한 개슴츠레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한가롭게 풀을 뜯거나 쉬고있는 누런 소와 마음껏 뛰노는 새끼염소들을 연상한다.

나도 역시 공모전에서 처음 나를 소개한 작품이 한가롭게 놀고있는 세마리의 韓牛그림 "한유(閒遊)"였다. 이렇게 國展에 처음 출품한 작품이 동물이었다.

나는 일상에서 만나지만 불변성과 순수성, 원시성을 가지고 있는 소나 염소를 주된 테마로 삼기로 하고 표현개발에 주력했다.

80년 전후부터 우리나라 화단은 서구의 극사실주의 경향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동양화나 서양화나 사물에 대한 묘사대결로 승부를 걸었다.

81년도 중앙미술대전에 출품한 작품 "여명(黎明)"은  세마리의 염소를 그렸는데 극사실적인 기법이지만 동양화법을 사용하여 염소의 관조적인 표정을 담아냈다.

그후로 85년 현재까지 소와 염소를 번갈아가며 출품하여 동물화가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해 가고 있다.

그래서 이번 개인전에서는 지난 5년간 작업한 작품 중에서 동물그림만을 정리하여 발표한다.

물론 현대적인 수묵조형 작업도 계속하고 있지만 동물화만큼 재미를 못느끼고 있다.

1985년 11월  창원대학교 연구실에서 

尹汝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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