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1일자 대전일보 -아침광장 [대학 특성화에 묻힌 순수학문과 순수예술]이라는 칼럼입니다. 위 사진은 PDF화면입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다. 바야흐로 문화가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삶의 무게를 계측하는 시대에 와 있다. 이 시대의 문화환경은 주체성을 바탕으로 한 새롭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요구하고 있다. 문화는 그 시대와 그 나라의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그 나라의 문화의 꽃은 대학교육에서부터 개화되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하는 슬로건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 구조개혁 방안으로 대학의 특성화를 정책으로 내놓았다. 말하자면 15개 대학만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고 ‘나머지’ 대학들인 300여개의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은 취업중심대학으로 육성하겠다고 한다. 특성화된 전문점식 대학으로 전환하여 사회수요에 부응하는 인력양성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정책이 경제논리로 편중되게 성장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말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 대학지원 예산 8000억원을 구조개혁 선도대학에 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대학 특성화 사업과 BK 21 등 굵직굵직한 재정사업에서 구조조정 실적이 주요 평가지표로 떠오르게 됐다. 대학이 구조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과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재정지원시 인센티브와 디스인센티브방식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올해 신규 편성된 구조개혁 사업비 800억원으로는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없기에 정원 감축과 교원 확보, 통·폐합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대학에 정부 예산을 우선 배정하겠다는 복안이다.

 

사실 고등교육의 변화를 통해 국가가 발전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질은 낮고 기업이 느끼는 대졸자들의 업무능력 만족도도 낮은데다가 정부의 재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구조조정이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현재 대학구조개혁과 통·폐합에 관련된 대학 구성원들은 대학 내의 합의도출이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95년부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학부제 도입을 실시한 대학들의 갖가지 폐단이 도출되어 대부분 기존 학과단위로 환원되고 있는 추세를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은 대부분 종합대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학 안에 단과대학별 특성화된 학문이 존재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 학문적 특성을 잘 살려가고 있는데 정부는 더 경쟁력있는 대학의 특성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종합대학을 없애고 특성화된 분야의 학부만 존재해야 한다. 왜냐하면 특성화 대열에 끼지 못한 학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지원을 받지 못해 존폐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이 지역특산물과 같은 상품적 가치와 특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정책이 위와 같은 경제논리로만 간다면 결국에는 순수기초학문분야나 순수예술분야의 학과들은 도태되거나 사라지게 되고 실용학문 분야나 취업이 잘되는 학과들만 남게 되는 기현상을 낳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응용학문분야를 선호하게 하는 교육정책은 급기야 기초학문을 기피하여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실용학문보다 순수학문은 취업에 유용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순수학문 강좌의 폐강 나아가 학문의 존폐 위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목적인 상아탑으로서의 진리탐구는 더 이상 중요한 가치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특성화 사업과 함께 대학의 다양한 학문적 특성도 인정해줘야 한다. 건강한 복지국가로 성장하려면 다양한 문화, 다양한 학문이 고르게 발전해야 되지 않겠는가.

 

선진한국으로 도약하는 길은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자 국가 이미지 제고의 원동력 역할을 하는 순수예술분야와 수준높은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순수학문 분야를 대학 특성화 사업과 BK 21 못지 않게 글로벌 경쟁력 향상 대열에 넣어 정부차원에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데 있다. 아울러 순수예술과 문화산업의 연계전략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윤여환<충남대학교 회화과 교수·한국화>